경주가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 확정됐다. 그토록 염원해온 경주 유치가 성공함에 따라 지역민들은 다가올 정상회의가 경주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2005년 이후 최대 외교 행사를 유치한 경상북도와 경주시, 기대에 어긋남이 없는 성공적인 대회를 향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개최 경쟁을 벌였던 도시들 가운데 유일하게 기초 지자체란 점에서 이번 성과가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최근 "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선정된 것은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풍요로움, 그리고 시민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 낸 쾌거"라고 밝혔다. 특히 "경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APEC 정상회의도 철저히 준비해 역대 최고 행사로 치러내겠다"며 "APEC 유치전에서 보여줬듯 경주가 지방 중소도시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 속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주 시장은 "정부 APEC 준비기획단에 발 맞춰 '경북 경주 APEC 준비지원단'을 조기에 구성해 회의장과 숙박시설, 미디어 등 최적의 인프라 구축과 의전, 수송, 의료 등 최고 수준의 운영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겠다"며 대회 준비가 본격적인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음을 선언했다.
APEC이 개최되면 지역에서는 어떤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까?
APEC은 태평양 연안 21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전 세계 GDP의 62%,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지역 경제 협력체입니다. 경북연구원은 경북에서만 1조 4천억 원, 전국적으로는 1조 8천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되면, 정상회의 외에도 장관급회의․비즈니스 회의, NGO회의 등 200개가 넘는 각종 회의가 열려 1년 내내 많은 손님들이 경주를 찾게 된다. 21개국 정상회의와 분야별 장관회의, 산하 협의체 회의 등 2백여 차례의 회의가 열리고, 경주를 방문하는 내․외국인이 50만 명 늘 것으로 기대된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인구 7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였던 멕시코 로스카보스는 APEC을 계기로 인구 34만 명의 관광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이제 경북 경주에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도시 환경 개선과 각종 기반 시설이 확충되고, 천년고도 경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 경주의 원전 관련 산업과 포항 철강․이차전지, 울산 자동차․조선, 구미 반도체․방산, 대구 ICT/SW․의료, 부산 물류․금융, 경남 항공우주․원자력 등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것이다.
경주시는 당장 준비단을 발족하고 분야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회의 개최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1년 4개월, 경주가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을 꿈꾸며 얼마나 철저히 행사 준비를 할 것인지 앞으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경북도도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난달 4일 경북도는 APEC 정상회의 준비지원단 태스크포스(TF)에 10명의 직원을 발령 냈다. 경주시도 10명의 직원을 TF에 파견했다.
TF는 20명으로 구성됐으며 김상철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이 단장을 겸임한다. 사무실은 정상회의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 차려졌다. 임시 조직인 TF는 정식 조직인 준비지원단이 출범하기 전에 회의 및 숙박시설 개선, 도시 환경 조성, 도로 정비, 자원봉사 인력 확보 등 정상회의 준비에 대한 전체적인 로드맵을 만든다.
도와 시는 오는 9월 TF를 확대해 정식 조직인 준비지원단을 마련한다. 준비지원단은 도와 시 직원 50여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한 전체적인 밑그림을 신속하게 그리기 위해 TF를 임시조직으로 우선 출범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특히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 홍보․마케팅과 수용 태세 개선, 글로벌마케팅, 테마관광 상품 등 4대 분야 25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대구와 경북 관광객 1억명,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우선 민간․학계와 함께 관광협의체 및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2025년 대구․경북 방문의 해' 선포를 위해 앞으로 대구시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서 홍보 행사를 마련하고 국내외 파워 인플루언서 등이 참여하는 여행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관광․숙박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주요 관광지와 철도․공항을 연계해 접근성도 높일 예정이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현지 마케팅을 준비하고 해외 여행객 대상 사전 답사 여행 상품 개발, 전세기 운항 등을 추진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지역 문화를 테마로 한 투어를 개발하고 국제관광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갈 길은 멀다, '숙소전쟁' 해결 과제로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는 내년 11월쯤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1년 3개월 남짓한 짧은 준비기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투숙할 5성급 호텔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데 모이는 전체회의를 비롯해, 개별 양자․다자 정상회담이 수시로 열린다. 이에 해외 정상들의 투숙과 개별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한 5성급 호텔은 회의 성공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짧은 준비 기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요약하면 ▷21개국 정상이 묵을 VIP 객실을 포함한 숙박시설 개보수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 시설 보강 ▷주무대가 될 보문관광단지 환경 개선 ▷김해․대구․포항․경주 등 인근 공항 의전실 마련 ▷주요 관광지 기반시설 및 시가지 가로 환경 정비 등이 꼽힌다.
하지만 현재 경주에서 동원 가능한 5성급 호텔은 힐튼호텔, 라한셀렉트호텔(옛 현대호텔) 단 2곳뿐이다. 경주 지역의 나머지 호텔들은 3~4성급이거나 회원제 콘도, 기업연수원, 모텔 위주다.
특히 21개 APEC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 정상들이 총망라돼 있어 당장 주요 강대국 간 숙소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은 보안문제 등을 이유로 호텔을 통째로 빌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라 정상 숙소 확보 문제는 내년 11월 경주 APEC을 앞두고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경주, 5성급 호텔 단 2곳
경주는 5성급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경주의 호텔 가운데 5성급 호텔은 2곳(힐튼․라한셀렉트), 4성급 호텔은 3곳(코오롱․코모도․더케이)에 불과하다.
APEC 제1회의장이 될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주위로 블루원․소노벨(대명)․한화․켄싱턴․일성 등의 회원제 콘도와 농협․KT․황룡원 등 기업연수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상 숙소 및 개별 정상회담장으로 이용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주 무대인 보문관광단지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제1호 관광단지이지만 내년이면 지정 50년을 맞는다. 조성한 지 반세기에 접어들어 기반시설이 노후화되고 숙박시설이나 상업․관광시설도 문 닫은 곳이 많아 자칫 흉물로 비춰질 수 있다.
경주시가 제2회의장으로 제안한 보문단지 내 '육부촌(六部村)' 주위에 조성된 노후 한옥상가 문제도 APEC 개최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설 보강을 위해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5성급 호텔 부족 약점으로 인해 경주와 함께 APEC 유치전을 벌인 제주와 인천이 경주를 집중 공격한 부분이었다. 현재 제주는 21개, 인천은 8개의 5성급 호텔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도 회원제 콘도와 기업연수원은 제외한 숫자다. 이 같은 우려에 주낙영 경주시장은 유치전 과정에서 "경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숙박시설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진 분들이 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 정상회의(2012년)가 열릴 당시에는 대학교 기숙사를 숙소로 사용했고, 멕시코의 로스카보스(2002년)는 인구 6만여명이 있는 관광도시지만 마찬가지로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준비를 위한 지원단 TF를 출범시켰다.
APEC 경제정상회담이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는 환태평양 국가들의 경제적․정치적 결합을 돈독하게 하고자 만든 국제기구로 싱가포르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1989년 11월 5일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서 12개국이 모여 결성하였으며, 현재는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1993년부터는 매년 각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 회담을 열고 있다.
1989년 창립 된 이래 APEC은 모든 회원국의 대표들과 연례 회의를 개최했다. 처음 4회의 연례 회의에는 장관급 관리들이 참석했다.
첫 APEC 경제 정상회담은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폴 키팅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의 회담을 진행한 뒤, 블레이크섬에 각 회원국 정부 수장들을 초청하여 개최함으로써 정상회담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APEC 경제지도자 회의(APEC Economic Leaders' Meetings)로 명명되었다.
따라서 APEC 가입국은 '국가'가 아닌 '경제 주체' 범위로 참여한다. APEC 회의장에서는 가입국의 국기를 게양하거나 국명 표시를 하지 않는다. 또한 APEC 정상 간의 회담은 정상회의(Summit)가 아닌 APEC 경제 지도자 회의(Economic Leaders' Meeting)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상회담으로 정착되기 전인 1991년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특별시에서 각료들이 참여하는 제3회 APEC 회의를 개최했고, 2005년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부산광역시에서 아시아-태평양 각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제17회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APEC 경제지도자회의가 끝나면 APEC 정상들은 공식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다. 전통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거기에 걸 맞는 지도자들의 옷을 입는 것이 특징이다. <저작권자 ⓒ KTN 월간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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